Perfume(퍼퓸)의 초기 작사가 木の子(키노코)는 누구인가??

 

Perfume(퍼퓸)의 초기 작사가 木の子(키노코)는 누구인가??


 2007년에 데뷔한 여성듀오 バニラビーンズ(바닐라빈즈). 그녀들이 2012년에 발매된 チョコミントフレーバータイム(초코민트향 타임)에는 작사가 木の子(키노코)씨가 담당을 하였죠. 木の子(키노코 ; 이하 키노코로 대체함.)라고 하니 뭔가 뇌리를 스치는 게 있습니다. 제목에서 썼듯이 Perfume(퍼퓸 ; 이하 아가씨들로 대체함.)의 작사가였었지요. ション-ション Medley(숀숀메들리)로 유명한 두 곡을 아시는지 모르겠군요. 바로 イミテーション・ワールド(이미테이션 월드)와 カウンターアトラクション(카운터 어트랙션)에 작사가로 등장하는데요. 이 두 곡은 모두 Perfume(퍼퓸)이 메이저데뷔를 하기전에 인디아이돌로 있던 시절에 있던 곡들입니다. 하지만 두 곡 모두 정식으로 발매된 적은 없고 그와 관계된 영상들에서 등장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숀숀메들리'가 있을 때에는 '키노코가 누구인가??'하는 물음에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었습니다. 왜냐면 JASRAC(일본음악저작권협회)에는 木の子(키노코)는 中田ヤスタカ(나카타 야스타카)로 등록되어있기 때문이었으니까요. 한동안 아가씨들의 팬들은 中田ヤスタカ(나카타 야스타카)가 작곡도 하고 작사도 하는 건 알고 있으나, 일부러 예명을 하나 추가해서 넣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예상은 아가씨들이 대히트를 하고나서 얼마지나지 않아 깨져버렸죠. ディスコ!ディスコ!ディスコ!(디스코! 디스코! 디스코!)가 열리기 하루 전날밤에 키노코는 비공식적으로나마 팬들앞에 등장하였습니다.[각주:1] 그가 아닌 '그녀'였습니다.

 

 나카타 야스타카가 사운드 프로듀서를 맡게 되었을 때 그녀는 나카타P와 사운드 프로듀싱 유닛을 결성합니다. 두 사람이 다니고 있던 음악기계와 관련된 전문학교에서 공동으로 과제를 제출하면서 곡을 제출하게 된 것이 결성의 계기가 된 것이죠.[각주:2] 그것이 바로 Sync ⇔ Sync입니다.  순수하게 악곡제작을 위한 유닛입니다.[각주:3] 나카타P가 아가씨들의 곡을 처음 세상에 내놓게 된 건4 바로 スウィートドーナッツ(스위트 도넛)을 통해서이지만, 제일 먼저 아뮤즈(Amuse)측으로부터 작곡의뢰가 들어온 것은 モノクロームエフェクト(모노크롬 이펙트)라고 합니다. 당시 나카타P는 '이런 아이돌같은 가요는 이제 싫습니다.'라는 회의적인 태도로 제작하면서 작곡과 작사[각주:4]도 맡았었지요. 악곡을 만들었으면 누군가 노래를 불러줬어야 했는데 그 때는 키노코씨가 직접 노래를 도맡았다고 합니다. 당시 나카타P는 자신이 만든 세 곡을 아뮤즈에 제출한 적이 있었는데 모두 다 거절당함으로써 '아이돌스런 가요'에 대한 요구를 자신에게 강요하는 게 싫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 강요에 대한 강한 거부의사가 없었다면 지금의 아가씨들은 없었을런지도 모르겠군요.


 전설의 스타피3의 엔딩테마곡으로 '비타민 사탕'이 타이업으로 결정되었으나 가사를 수정해달라는 TV방송국의 요청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아~쨩의 요청이 많았었다고 합니다. 당시 자신의 목소리를 파트로 하는 부분이 많지않기에 마음에 들지않아서인지 라이브에서만큼은 자신의 파트를 넣어달라고 했었고, Perfume의 경우[각주:5]에서는 라이브에서 각자 노래를 부를 수 있게 각 멤버당 한 곡씩 해서 총 4곡을 제작한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도 역시 나카타P, 그가 음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인 듯 싶습니다. ジューシー・フレグランス(쥬시 향수)[각주:6]의 경우 아가씨들은 소속사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하고있으나, 그녀가 말하는 건 '그냥 삭제해버렸을 것입니다.'라고 했었으니까요. 나카타P는 음악의 자료를 갖고 어디다가 저장해놓지도 않을 뿐더러, 기계를 업그레이드한다던지 업데이트를 하는 경우에도 귀찮아서 하지 않을 정도로 과거의 자료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곡은 녹음작업의 직전에 하고 가사도 물론 작곡이후에 그녀가 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죠.


 작곡에 관해서 그녀는 자신의 생활과 연애의 경험에서 느낀 것을 주로 쓴다고 하였는데요.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네요. 초기 시절의 아가씨들의 곡에서 전통적인 여성상이 묻어나오는 것은 '그'때문이 아니라 '그녀'덕분이었다는 것을 말이죠. 그렇다고 나카타P의 작사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닙니다. 멜로디의 가닥을 잡고 거기에 알맞은 단어를 집어넣는 능력은 천재라고 할만하니까요. 아가씨들에게는 일단 가사의 원본을 보여주고 그에 대한 의미와 해석도 써놓는 식으로 전달을 하였다고 합니다. 나카타P도 그런 식으로 가사전달을 하곤하죠.


 コンピューターシティ(컴퓨터 시티)을 이후로 그녀는 Perfume의 작사를 그만두게 됩니다. 이후 Perfume의 곡은 모두 나카타P가 작곡과 작사 모두를 담당하게 되지요. 그가 지향하는 음악성과 그녀의 작사의 방향성은 멀리있었던 것도 이유라고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자신의 작사로 인해 나오게 된 곡이 일본의 누리꾼들의 악성댓글로 비난8[각주:7]을 받게 되자, 이에 대해 정신적으로 견딜 수 없었던 그녀가 그만두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니면 무슨 사정이 있겠지요.[각주:8]


 아무튼 나카타P에 대해 그녀는 작곡가도 아닌 그렇다고 무언가를 애써서 만드는 장인도 아닌 '사업가'라고 평합니다. 폭발적인 속도로 작곡을 하는 것과 작품의 판매에 대해 누구보다도 박식한 사람이라고 하고 있죠. 그렇게 한동안 작사가로서 소식이 없던 그녀가 이제 아이돌듀오인 바닐라빈즈의 작사를 맡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분명 그녀는 나카타P와의 악곡작업에서 많은 부분을 느꼈을 것입니다. 아이돌스런 가요에 회의를 느끼는 프로듀서와의 만남. 그런 프로듀서와 아이돌의 티를 벗지못한 3명의 소녀와의 갈등을 그녀도 지켜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너무나 커버린, 하나의 프로젝트가 되어버린 아가씨들을 보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쯤되니 궁금한 게 생깁니다. 과연 어떤 계기로 해서 Perfume(퍼퓸)은 테크노팝으로 노선을 변경하게 된 것이고, 그렇다면 왜 하필 많고 많은 작곡가중에서도 나카타 야스타카였는지, 그리고 그 나카타 야스타카가 결성한 Sync ⇔ Sync은 제대로 된 CD하나 없는 유닛에 불과한데도 작곡의뢰를 맡게 된 것인지 말이죠. 테크노팝노선과 결부된 아이돌팝을 지향하려던 그들(소속사)의 생각과는 달리 그것을 지양하는 노선으로 나아가는 프로듀서앞에 갈등도 빚어질 법하지만 '자신이 만드는 것에 자신이 있다.'고 하였던 나카타 야스타카의 고집과 현재의 아가씨들을 보며 이만 마칩니다.   

 

 

  1. 디스코!x3의 기념전야제 阿佐ヶ谷ロフト의 비공식적인 팬이벤트에서 등장함. [본문으로]
  2. 학교 동기였던 셈이다. [본문으로]
  3. 라이브나 정식발매CD같은 건 없다 [본문으로]
  4. 나카타P가 작사도 정식으로 맡게 된 것은 wonder2였다. [본문으로]
  5. 그룹명말고 곡명이다. [본문으로]
  6. 없어져버린 곡이지만 Perfume이 좋아하는 곡이라고 했었다. [본문으로]
  7. 비타민 사탕에 등장하는 '언어의 폭력'이라는 가사에 '아이돌팝에 이상한 가사로 노래를 부르냐.'는 식의 비난이 웃돌았다 [본문으로]
  8. Perfume은 그 당시에 어떻게 생각했을 지 모르겠지만, 곡의 가사를 보고서 부정적인 면이 많다며 수정을 요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돌곡인데 뭐가 이렇게 어둡냐는 식의 반응말이다. 그 점이 작용해서 그녀가 Perfume의 작사를 그만두게 되지 않았나 싶다. [본문으로]

어느새 기억 속에 사라졌다가 다시 찾아온 그녀의 목소리 "박지윤"

 

 

어느새 기억 속에 사라졌다가 다시 찾아온 그녀의 목소리 "박지윤"

 

 


 우리나라의 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백댄서'가 무대에서 보이기 시작하고, 1세대 아이돌이라고 불리우는 그룹들이 활동할 때즈음 그 가운데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가수가 있었으니... 바로 박지윤입니다. 여기서 그녀의 활동과 관련된 언급은 가수의 부분에서 대부분 언급하는 것으로 하려고 합니다. 사실 그외 부분에서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거든요.[각주:1] 하기사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였던 때도 아니었고, 지금의 아이돌이라고 불리우는 그룹의 멤버들이 가요 외 부분에서 활동하게 될 때와는 달리, 그 때는 지금과 같이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때도 아니어서 관련 소식을 접하기도 쉽지 않았을 뿐더러 제일 중요한 건 그녀의 이미지는 사실 그 때의 우리나라에서의 '아이돌'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지요. 지금에 와서 '아이돌'에 대한 부분이 그녀에게 거론되는 것을 보면 솔직히 조금은 의아합니다만, 만약에 그녀가 지금에서 데뷔를 하고 활동을 한다고 하면 그 단어가 어색하지는 않을 듯 싶네요. 

     
 그녀의 데뷔는 '하늘색 꿈'이었습니다. 몽환적인 분위기에 허스키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듯한 그 목소리는 '어? 이 가수 누구야?'라고 호기심을 자극할 만 하였지요. 그 때 이 곡을 TV에서 보며 들었을 때에는 '무슨 노래가 이렇게 재미가 없지?'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에와서 들어보면 '가사가 참 좋으면서 목소리에 독특함이 느껴지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네요. 그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과거와 현재간의 감성의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 곡은 1980년에 열린 제3회 TBC 젊은이의 가요제의 대상수상곡으로 로커스트의 곡을 리메이크한 것인데, 역시 80년대의 곡들에서는 서정적인 가사들이 들어간 곡들을 찾아볼 수 있지요. 이 역시도 서정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거의가 그렇듯 처음부터 크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니었지요. 
 
 2번째 앨범인 Blue Angel이 나오고 타이틀곡으로 Steal Away가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그녀의 색깔을 드러낸 곡으로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이 곡은 화자의 입장이 되어서 가사를 이해하면 되는 '아주 좋은 예'에 해당하는 곡입니다. 이미 연인관계에 있는 한 남자를 유혹하여 빼앗는다는 설정이 된 화자는 '이제 내가 주인공이니 너는 퇴장하면 된다.'식의 적반하장(賊反荷杖)의 입장이어서 당시 기성층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여성상이 강해지는 것을 보인 것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듯 싶네요. 사실 이 곡에 나오는 이야기는 실상 있는 일이지만 그 당시 대중가요에 수록되기에는 그 반응이 '역시 시대가 변화하는 것이로군.'이라고 할 수 있겠고, 이 곡을 부르는 박지윤도 고등학생이었으니 '이런 노래를 고등학생이 부르다니... 세상이 변했네.'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자꾸 세상이 변했다는 식으로 썼습니다만, 우리나라가 개방적인 사고로 변화하는 데 있어서 대중가요에서 이 곡을 인정(認定)한다는 것은 그것을 입증하는 하나의 예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같은 앨범에 수록된 소중한 사랑은 지금에 와서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찾게하는 이유가 되는 곡중에 하나가 되었는데요. 오래 전 처음에 뮤직비디오를 보고서 기억에 남는 건 묶음머리의 그녀가 '정말 매력적이었다.'는 것이고, 노래가 좋다는 것이었지요. 이 소중한 사랑은 독특한 그녀의 목소리가 기억에 각인되는데 있어서 크게 작용했습니다. 뮤직비디오에서 그녀가 가사를 부르는 것 외에 카메라를 보며 연기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아주 짧게 간간히 나옵니다. 아무튼 그 표정에서 어색함이 묻어나오지 않지만, 이와 다르게 춤을 추는 부분에서는 '효과를 넣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아니, 왜 춤추는 것을 넣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어색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 곡은 처음으로 JYP(예. 박진영씨 맞습니다.)가 그녀에게 곡을 제공한 것인데요.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이 곡을 들었을 때, 때 아니게 이 곡이 표절의혹이 제기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자넷 잭슨(Janet Jackson)의 Together Again과 비슷하다는 것인데요. 그런 건 차치하고서 곡만 단순히 보자면 이 곡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처음부분에 들리는 신스음은 마음에 드는데, 그 이후에 진행되는 드럼비트소리에 '전형적인 90년대'라는 생각이 들게 하지요. 곡이 깊이감이라는 게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배경음으로 깔리는 게 필요했던 것이고 그나마 감성적인 부분을 자극하게끔 넣어두었는데 그게 그렇게 되었나 봅니다. 여하튼 이 Blue Angel은 그녀를 조명하게 된 앨범이었습니다.
 

 사실 많은 이들은 그녀가 뜨게 된 계기가 JYP프로듀스아래 나온 '성인식'을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인기는 오히려 성인식이 나오기 전, 그녀가 불러주는 그 노래들을 '들려줄 때'가 가장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각주:2] 그 이전앨범이 사실 크게 부각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아무 것도 몰라요'하던 그녀가 갑자기 1년만에 파격변신을 해서 나온 것은 상당한 충격이었지요. 원래 그녀가 성인식이 나오기 전에 춤추는 것을 보면 '역시 세상은 공평하다. 노래는 잘 부르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짙은 색의 입술과 가슴골을 드러낸 의상차림에 춤추는 노래로 나온 그녀를 보니 '많이 연습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앞서 생각한 어색함도 사라지게 되었죠.
 
 하지만 1년간 그녀를 기다렸던 팬들의 입장에서는 '아니 이게 뭐야!?'라는 반응과 '오오... 섹시컨셉이다!!'라는 입장으로 갈리게 됩니다. 1년간 이 컨셉을 준비하기 위해 춤을 많이 연습했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 때부터 인기가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보시는 게 알맞지 않나 싶습니다. 많은 여아이돌그룹들이 초기에는 소녀스러운 분위기로 시작했다가 갑자기 섹시컨셉으로 와서는 어느순간 흐지부지되어 인기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겁니다. 이러한 이미지변신에 대해 경계하는 것은 비단 여아이돌그룹에서의 사례가 있어서 그런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경우가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지요.


 좋은 노래와 독특한 목소리로 승부하던 그녀가 뜬금없이 몸매를 드러내고, 성적(性的)인 부분을 강조하였다는 것은 물론 처음에는 '이야~ 섹시하다.'라고 좋아합니다만, 순식간에 그 이미지는 소비되어버리고 맙니다. 게다가 그녀가 스무살이 되자마자 이런 컨셉으로 나왔다는 것은 '반전'이라기보다는 '성인이 되자마자 이런 식으로 이미지를 쌓게해도 되는 건가?'라는 의문을 들게 하지요. '내가 알던 박지윤의 노래는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도 앞서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더더욱 들게 하는 건 '타이틀곡'과는 달리 기존에 그녀가 '들려줬던'노래의 분위기를 따르는 곡을 듣게 되면서 입니다. 같은 앨범에 수록된 '환상'의 경우[각주:3] 그녀의 성숙된 목소리가 호소력이 강해져 감성을 자극하는데, 그런 곡을 듣고서 이 앨범을 보고 있으면 '아... 안타깝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다음 앨범이었던 Man. 타이틀곡이었던 '난 남자야'는 전 앨범과는 달리 여성적인 매력을 강조하는 대신, 남성의 이미지를 넣어 중성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켜서 나온 컨셉이었습니다. 전 앨범의 표면적인 성공에 '이번에도 새로운 이미지를 시도하면 먹히겠지...'하는 그 생각이 박지윤의 이미지를 또 바꾸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앨범자켓에서만 그 부분이 약간 느껴질 뿐 무대에서나 심지어 뮤직비디오에서조차도 중성적인 부분을 드러내지는 못하였지요. 아무리 표현하는 게 자유로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성적인 매력을 각인시켜두었던 상황에서 남성을 끌어들이고 중성적인 매력으로 다시 주목을 이끈다는 것은 쉽지가 않은 일이기도 하고, 보는이들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쯤되니 기존에 그녀를 찾던 이들은 '도대체 왜 이런 컨셉으로 나오는 거지?'하는 의문이 하나둘 제기되기에 이르렀고, 전 앨범의 여성적인 매력으로 잠시 그녀를 찾았던 이들도 '이게 뭐야!?'라는 반응을 보였으며, 떠나간 이들은 '내 이럴줄 알았다.'라는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이 앨범도 역시 안타까운 것은 좋아하는 곡이 있다는 것이에요. 그건 그렇고 앨범에 수록된 '성인식(Remix)'를 듣고 있으면, 마치 무대에서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데 그걸 보면서 호응을 하는 게 아니라 팔짱을 끼고 쳐다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왠지 모르겠습니다.


 잠시 다른 이야기 좀 써볼까요. JYP(박진영)의 음악철학에서 언급되었던 것 중 '한류라고해서 한국적인 것만 고집하지 말자. 한국사람이라도 흑인음악을 할 수 있으며 충분히 그것으로 해외진출을 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요. 전 이 의견에 대해 '결국에는 그건 진부한 생각.'이라는 입장입니다. 국내가수도 그렇고, 해외가수들 중에도 타지(他地)에 진출하는 경우가 있지요. 그럴 때마다 보면 항상 그 곳(他地)의 법이라도 따르듯 그 쪽(他地)의 음악을 선보입니다. 너도 나도 그렇다보니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 되어서 이미 산산조각난 계란은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경우가 많다보니 사실 저런 언급을 하여도 '결국에는 그 말이 그 말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판이한 양상으로 세계진출을 하는 그룹이 있지요. 그게 바로 Perfume이지 않습니까. 현재 그녀들이 소속한 유니버셜의 입장은 '그녀들에게 서양의 음악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녀들은 그녀들만의 색깔로 세계진출을 할 것이다.'라고 하였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각주:4] 한쪽은 위험하지 않지만 그 특색이 없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위험하지만 그 특색이 강한 것이지요. 그런데 특색이 없다는 것은 사실 위험한 것입니다. 대중가요시장은 발빠르게 소비자의 요구가 변화하는 시장입니다. 그 특색이 없다는 것은 도태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지요. 너도 나도 된장을 만들어판다고 칩시다. 같은 값인데 하나는 국산콩으로 만든 것이고, 다른 건 중국산콩으로 만든 것입니다. 어느 걸 사시겠습니까? 당연히 국산콩이지 않습니까. 중국산콩으로 만든 된장이 좀 더 비싼 검정콩으로 만든 것이라고 해도 기존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국산콩으로 만든 된장을 더 선호하는 편인데, 똑같은 종류의 콩으로 만들어서 판다는 것은 '팔 수는 있지만 판매량이 보장된다고는 장담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중국산콩을 써서 매번 더 맛좋은 된장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니 자연스레 멀리하게 되었던 것 같군요.


 전 앨범의 부진한 판매량과 인기하락세에 다시 여성으로 돌아온 그녀의 앨범은 또 다시 실망감을 안겨주고 말았습니다. '할줄 알어?'라는 곡은 선정적인 가사와 안무로 논란이 되었고, 해당 앨범은 19세미만 판매금지 및 방송금지처분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 곡은 지금의 아이돌곡의 가사와 흡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선정적인 부분에서 그런 것이 아니고, 전달력없는 단순하고 반복되는 음절로 음운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지요. 그 점부터가 마이너스요소입니다. 게다가 솔직히 미안한 이야기지만 곡의 질이 매우 낮습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아까울 정도입니다. 몇초 듣다가 그냥 '아오... 나 이거 안들을래.'라는 반응이 나오기에 충분합니다. 게다가 그녀의 모습은 초기 컨셉과는 달리 방송금지처분으로 인해 무대에서 몇번 보여줬던 모습은 드레스와 긴 막대에 달린 마이크. 다시 말해 원더걸스의 '노바디컨셉'이었지요. 타이틀곡부터 이러하니 전체 앨범이 모두 폄하되버리는 수모를 겪게 됩니다.


 수록곡인 DJ의 경우는 PSY의 참여가 있었는데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곡이 신난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긴 합니다만, 저한테는 별로네요. 전체적으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가사전달력이 부족하고 색깔이 없어진 그녀의 목소리가 들어간 곡들을 들으며, 차라리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앨범을 이후로 박지윤은 6년간의 공백기를 가지게 됩니다. 가수로서 인기가 그만큼 하락해버린 것도 있고 이미지소비도 심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입에서 담기 힘든 그런 소문이 그녀와 관련하여 맴돌고 있었기에 정신적인 고통이 심했을 것이어서 휴식기간을 가지게 된 것이지요. 이 공백기간은 그녀에게 정말 힘든 기간이었을 것입니다. 독특한 목소리의 매력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던 그녀가 이미지의 변신을 하면서 겪었던 고통, 그리고 이후 하락하는 인기를 체감하면서 모든 것을 놓고 내려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6년간의 공백기간동안 그녀는 종교를 갖게되면서 재기할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2009년 그녀는 '꽃, 다시 첫 번째'라는 앨범으로 돌아오게 되지요. 이전의 댄스곡과 연관되는 이미지는 하나도 없는, 순수하게 노래를 '들려주는' 그녀로 돌아옵니다. 이 앨범에서는 그녀가 작사와 작곡을 2곡 맡으면서 예전에 생각했던 '싱어송라이터'의 박지윤을 떠올렸던 것을 다시금 상기시켰지요. 그러면서 긴 기간동안 가수로서 활동했음에도 콘서트가 없었던 그녀가 첫 콘서트를 갖게 됩니다. 거기서는 드럼비트 가득 찬 '소중한 사랑'은 없었지요. 피아노반주와 이전에 비해 성숙해진 목소리로 매력이 더해진 그녀의 노래가 울려퍼졌습니다. 이후 2012년에 발매한 '나무가 되는 꿈'은 거의 다 박지윤이 작사와 작곡을 맡아서 곡을 내놓게 됩니다. 음악정체성을 되찾은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한 때 나의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가 사라졌는데, 다시 찾아오게 된 것이 너무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찾아와주어서 너무 기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듣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그녀의 곡을 들으며 '정말 좋은 노래다...'는 생각은 물론이거니와 '돈을 줘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이런 가수로서의 완성도를 보여주기 위해 그간의 세월이 헛되이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누군가에 얽매여 당신의 목소리를 가두었던 과거를 잊고, 마음껏 펼쳐보이는 모습에 많은 이들의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그녀의 활동을 보며 우리나라 가요의 한부분과 현재로의 도입부를 살펴볼 수 있었고,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해볼 수 있는 기회도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참 긴 글이 되었습니다만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1.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실 그녀가 취미삼아서 그리는 강아지 캐릭터인 '스누피'는 정말 잘 그린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왜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떠오른 기억이랄까. 아무튼 그녀는 캐릭터 그리는 것을 취미삼아서 하고 있다고 몇년전 KBS의 연예프로그램에서 밝힌 적이 있다. 실제로 잘 그린다. 지금와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지만 말이다. [본문으로]
  2. 박지윤 그녀 자신은 원래 성격이 소심하고 내성적이라서 자신의 반대 성향을 나타내는 것이 힘들었다고 하였다. 섹시함도 그렇지만, 발랄함을 표현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한다. [본문으로]
  3. '환상'의 뮤직비디오도 내용이 다소 그렇다. 그가 떠났기에(죽었기에) 정신적으로 병들어버린 그녀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기는 하나, 이 곡의 분위기와 맞춰본다면 사실 가슴아픈 이별을 표현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싶다. 가슴아픈 이별을 이렇게 병들어버린 이미지로 표현하기보다는 호소력짙은 모습의 뮤직비디오였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자칫 잘못하면 제목의 말마따나 그저 '환상'에 불과한 그를 만들어서 아파하는, 정신병걸린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4. 레이저, 양질의 안무, 로봇같은... 등 그녀들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으로 세계진출을 한다. - 가토 기미타카. Perfume의 세계진출과 관련한 인터뷰中 [본문으로]

나카타 야스타카(中田ヤスタカ)가 음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키워드 '공감'과 '소통'

 

 

나카타 야스타카(中田ヤスタカ)가 음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키워드 '공감'과 '소통'(2013.03.06갱신)

-나카타 야스타카(中田ヤスタカ)가 말하는 '나의 십계명'-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을 남에게 보여주는 사람. 일반화시켜서 썼습니다만 작곡가의 경우에는 음악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그런 것이겠죠. Perfume의 대히트에 그녀들에게 관심이 갔던 것도 대중의 관심이었지만, '그 곡들을 누가 만들었는가? 그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답을 원하는 것도 대중들의 관심사였습니다. 그런 관심사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그는 다큐멘터리형식의 방송에 출연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합니다. 방송[각주:1]은 단지 20분여밖에 되지 않지만, 짧은 시간에 그는 자신의 10가지의 규칙을 우리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예전에 이 방송을 보고 상당히 인상깊었기에 글을 게시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다시 쓰게된 글이지만, 이 방송의 처음에 '그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이 점때문에 '그의 여벽(女癖)'이 문제가 된  기사가 있었습니다.[각주:2] 지금에 와서 그러한 내용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그 내용이 '사실무근'이거나 '입막음'되버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사실 그 분야자체만으로 놓고 보면 밝은 면도 있습니다만, 사람이라는 게 그 분야에서만 살아가는 것은 아니기에 어두운 면도 있는 것이겠지요. 그 내용에 대해 믿고 안 믿고의 문제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그다지 중요한 정보는 아닙니다. 연예기사의 첫번째 목적은 '흥미유발=관심유도'이기 때문에 단어선정에 있어서도 과격하고,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는 추측성 문구도 남발하기 때문에 '정보'의 가치를 따져본다면 '가치없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가치없는 것을 위해 신경을 쓰는 것은 굉장히 비경제적인 일이기도 하고요. 애초에 신경쓰지 않는 게 정답입니다.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이것도 상대적이라는 것을 아셨으면 합니다. 잡설이 길어졌습니다만 본론으로 넘어갑시다.

 

 

**나의 십계명 1 - 곡의 재고는 만들지 않는다.

 

 첫번째로 그가 언급한 규칙입니다. 어떤 곡이 되었든간에 무조건 처음부터 만들기 시작한다는 것인데요. 자신이 곡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전에 만든 곡에서 쓰였던 요소를 다시 쓰는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안티쪽에서는 'BPM도 같게 만들고, 비슷비슷하지 않느냐 그게 같은 게 아니냐.'라고 하고 있지만, 그건 정말 억지나 다름없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리 이전 곡에서 쓰였던 요소를 다시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같은 사람이 만든 것이기에 비슷한 부분은 있을 수 있습니다. 이건 제가 아는 예를 들자면 카라의 요를레이와 소녀시대의 Gee가 비슷한데, 아무래도 같은 작곡가[각주:3]가 만들었으니 비슷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두 곡이 같냐라고 하면, '글쎄요... 비슷하긴 한데...'라고 머뭇거리지 않겠습니까? 비난이야 근거가 없는 것이니 이유야 이게되었든 저게되었든 갖다붙이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의 앨범이나 그가 프로듀스한 앨범들을 보면 '이 곡'과 '저 곡'은 다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부분이라고 하였습니다만 없다[각주:4]고 해도 될 겁니다. 무언가를 새롭게 만드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새롭게 만들기보다는 전에 있던 것을 가지고와서 쓰면 정말 편할 것이기에 그 유혹을 뿌리치기도 어렵기도 하지요. 그 점에서 본다면 조금은 그가 대단해보이지 않나 싶습니다.

 

 '곡의 재고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꼭 곡을 만드는 것에만 한정되는 말은 아닙니다. 후에 설명하겠지만 그는 음악에 관계된 모든 것을 혼자 담당하기에 앨범발매에 대한 부분도 적용이 된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다음 앨범이 새로운 곡을 실은 앨범이라면 절대 이전에 수록된 곡을 실지 않겠다는 의미도 된다는 것이죠. 이는 BEST앨범이 아닌 이상 이전에 발매된 곡을 다시 수록하는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BEST앨범이어도 대부분 그 앨범에 맞춘 방식으로 재해석해서 수록합니다만 이번에 그게 깨져버렸습니다. 2013년에 발매한 REWIND BEST는 말 그대로 capsule의 첫 싱글 '사쿠라(さくら)'부터 2012년의 STEREO WORXXX까지 몇 곡을 뽑아 단순히 수록만 한 앨범이었으니까요. 그 앨범에 대해서는 기존의 나카타 야스타카가 해온 것과는 달라서 실망스러웠었고, 앨범에 수반된 자켓과 폰트까지 보면 '수집가치가 충분한 앨범'이라고 광고한 문구에 '뭐라고!?'라는 반응이 나오게 됩니다.

 

 

**나의 십계명 2 - 렌탈은 하지 않는다.

 

 DTM(Desktop Music)을 하는 그의 작곡환경은 책상앞에 스피커와 컴퓨터, 그리고 키보드건반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옆에 보컬부스(Vocal Booth)가 있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그 안에 들어가 앉아서[각주:5] 노래를 하지요. 모든 기기는 전부 그의 것입니다. 그는 "렌탈하면 편하지만, 정신적으로 부자유스럽습니다."라고 하며 자신이 가진 것으로 하면 언제든지 곡을 만들 수 있다는 점과 이걸로 해야 내가 만든 곡이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렌탈시기에 쫓겨 곡을 만들게 되면 나중에 수정하고 싶어도 수정할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되기도 하고, 결국 완성도가 보잘 것 없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그 때 만든 곡이 거기서 마무리된다고 생각치 않는다.'는 것이기에 아무래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모든 작곡환경은 그의 손안에 닿는 범위내에서 이루어진다는 점도 주목할만 합니다. 보통 녹음스튜디오라고 하면 크고 두꺼운 유리창앞의 다른 방에 마이크가 있고, 그 반대편에는 크고 넓은 기기들이 놓여있습니다. 하지만 2009년에 보여졌던 나카타의 개인스튜디오는 굉장히 소소합니다. 2009년에 보여졌던 것이라 한 것은 이제는 그 때와 달리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각주:6]입니다. 바뀌었다고 해서 기존에 하던 것과는 크게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손에 닿는 환경은 그대로이지요. 컴퓨터[각주:7], 키보드건반과 스피커[각주:8]들을 쓰는 것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저 작곡하는 책상[각주:9]을 좀 더 넓힌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이제는 보컬부스라 하기보다는 하나의 방이라 봐도 될 정도로 큼지막해졌습니다.

 

 

**나의 십계명 3 - 혼자서 할 수 있을만큼 전부 한다.

 

 그는 앨범에 관계된 모든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작곡, 작사, 어레인지, 레코딩 엔지니어, 나아가 PV제작도 그렇고, 발매에까지 관여합니다. 앨범의 자켓도 그가 디자인하는데, 2010년부터는 단순한 도형들을 변형시켜서 내놓고 있습니다. 직각이등변삼각형이 주로 쓰이고 있는데, 그걸 보면 마치 어렸을 적에 가지고 있었던 SNES(슈퍼패미컴)이나 슈퍼겜보이[각주:10]에서 즐겼던 게임들에서 보여지는 디자인같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두 게임기는 80년이라기 보다는 90년이긴 합니다만, 확실히 그는 80년대에는 어린이[각주:11]였다고 느껴지는 게 이런 부분을 보면 그렇다고 느낍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전부에 걸쳐서 맡고 싶다는 그의 생각은 어느 것 하나라도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겠죠. 누가 좋다고 하거나 안좋다고 한들 그건 상관없다며 '그 점이 마음에 안들어.'라는 말이 자신의 입에서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천성이라고 그는 이릅니다. 작사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처음에 capsule이 결성되었을 때에는 나카타 야스타카가 작곡을 하고, 코시지마 토시코가 작사를 하는 식으로 논의가 되었다[각주:12]고 합니다. 하지만 나카타는 말그대로 정색을 하며, '이건 제가 할 겁니다.[각주:13]'라고 하였고, 토시코는 '별로 하고 싶지 않네요.'라고 해서 무마가 되었습니다.

 

 

**나의 십계명 4 - 클럽에서는 맥주를 마신다.

 

 뜬금없이 클럽에서는 맥주를 마신다고 하였는데, 차라리 이 부분을 소개할 때 '술은 나의 말동무'라고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는 낯가림이 심해 평소에는 농담도 못건네는 성격이라서 클럽을 가면 항상 맥주를 마신다고 하죠. 술을 마셔야 말문도 트이고 그렇다고 하면서 DJ하는 와중에도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각주:14]. 거의 혼자 스튜디오에 앉아 작곡을 하고 있으니 이렇게 클럽에 와서 DJ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이야기라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입니다. 창작활동은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니 그는 이렇게 하면서 일과의 균형을 맞춥니다. 그는 DJ이벤트참석은 아프지 않는 한 꼭 합니다만, 외국에 나가서는 잘 하지 않습니다.[각주:15] 왜냐면 그는 DJ를 하려고 클럽에 가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하기위해서 가는 것이기 때문이죠. 외국에서는 일단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그렇고, 낯가림이 심한데 외국사람이면 그 정도가 더 할테니까요. 게다가 그는 현재도 일본내 작곡가로서 가장 오더가 많습니다. 외국을 왔다갔다하면서까지 DJ를 할 여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나의 십계명 5 - 벨소리는 무음.

 

 "사람에게 있어서 벨소리는 듣기 싫은 음악이지 않습니까? 음악은 듣고 싶을 때 듣는 겁니다." 자신이 듣고 싶을 때만 음악을 듣는 것은 한편으로는 그의 고집을,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사는 그가 부럽기도 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을 때 하는 것. 그것을 직업이라고 한다면 과연 그게 몇 개나 될까하는 물음이 머리 속에서 떠오릅니다.

 

 

**나의 십계명 6 - 이동중에는 음악을 듣지 않는다.

 

  이 방송이 방영된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동 중에 음악을 듣긴 했습니다만, 점점 그 수가 더 많아질 겁니다. 음악을 들을 때에는 그것에만 집중해야지 다른 무언가를 같이 하는 것은 만약에 자신이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해라면서, 여기서 그는 밝힙니다. "음악은 듣는 것이라기보다는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라고 말이죠.

 

 

**나의 십계명 7 - 약은 쓰러지기 전까지는 먹지 않는다.

 

 이 부분은 예전에도 썼습니다만, 사실 건강이라는 건 자신있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약간은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이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감기'정도는 걸려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합니다. 웃으면서 "류큐주호전설이라고 하는 보충제가 있는데, 그걸 룰에 집어넣어야 하지 않나요?"라고 하면서, "이걸 먹으면 전설을 만든대요.(^^)" 아무튼 여기서도 그의 고집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나의 십계명 8 - 일에 앞서 뭘 먹을지 결정한다.

 

 여기선 MEG가 등장하면서 "맨날 생고기. 생고기거립니다."라고 하죠. 치킨과 맥주가 있다면 그에게는 생고기와 맥주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는 항상 일이 끝나면 식당을 가니까, 일을 시작하기 전에 "오늘 뭘 먹지? 오늘은 이 때 끝나니까 여기로 가자."라고 계획하고나서 일에 착수한다고 하죠. 먹는 게 힘이 되는 것이 당연하겠습니다만, 이 부분에서는 정말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먹는 것은 곧 일의 동기부여이다.'

 

 

**나의 십계명 9 - 미래의 프로들에게 자극을 받아라.

 

 새로운 것. 그것이 무언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가치를 느낀다는 그는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에게서도 자극을 받습니다. 바로 지금은 꿈나무인, 그렇지만 미래에는 프로가 될 사람들을 보면서 말이죠. 그는 중학생때부터 앨범패키지나 디자인에도 관심을 가졌었기에 그러한 것을 패션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그렇게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게 아마추어 모델들이 나오는 패션쇼에 가서 한 두번 지켜보다가 거기서 깨닫게 된 것입니다. "모두들 돈을 벌기위해서 하는 건 아니잖아요. 단지 좋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죠. 제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건 '곡을 만들테니까 돈 주세요.'라고 하려고 한 게 아닙니다. 그냥 곡을 만드는 게 좋습니다."[각주:16]  

 

 

**나의 십계명 10 - 내 스스로 듣고 싶어하는 음악을 만든다.

 

 여기도 예전에 썼지만,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한데요.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음악을 만드는 것은 조금은 위험한 생각18[각주:17]일 수 있지만, 항상 그는 '내가 이 곡을 만들고 들려주면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라고 생각하는 게 흥분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자신만 좋아하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으나 남들이 들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처럼 그렇게 되는 표정을 보게 되는 순간을 그리면서 '모두가 나와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생각하죠. 이건 "제가 듣고 싶어하는 음악을 만들고, 그게 어떻게 하면 모두들 듣고 싶어하는 음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의 해석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가 언급하는 "언젠가 멋진 곡을 만들 수 있게 될 것 같다."에서 '멋진 곡'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곡을 만들기 시작한 게 2009년에는 10년째가 된 것이지요.  

 

 그는 자신이 일렉트로 노선으로 전향한 것은 '일본인 내면의 소극성을 타파하기 위함과 자신이 하는 음악을 다른 사람들이 듣고 같이 좋아하게 되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라고 했습니다. 앞서 쓴 내용중에 그는 원래 내성적이어서 낯가림도 심하지만, 술의 힘이라도 빌려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을 알 게 되셨을 겁니다. 은연중에 그는 자신이 음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알려준 것이지요. 바로 '공감'과 '소통'입니다.


 음악은 만국 공통의 언어라는 말을 익히 들어보셨을 겁니다. 어쩌다보니 그런 말을 알고는 있지만, 많이들 알고 있는 그 말을 그는 표현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많이들 아는 말이라는 것은 보편적인 말이라는 것이니, 널리 알려진 말을 지향하기 위해 음악을 하는 사람은 표현과 생각이 일치한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나카타 야스타카는 표현과 생각이 일치하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이지요.

 

 그는 어렸을 적의 전자기기들에게서 'SF적인 요소'를 느낀다고 했었습니다. 그는 뭔가 이상하리만치 과장된 것이 '귀엽다'와 '멋지다'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하면서 그게 80년대 전자기기들에게서 느끼는 매력이라고 했었죠. Perfume의 근미래테크노 3부작을 보면 그는 SF적인 요소를 그녀들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들의 3부작에서 근미래의 무언가를 느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きゃりーぱみゅぱみゅ(캐리파뮤파뮤)를 보면, 그간에 일반적으로 생각해왔던 것과는 다른, 이상하고 괴상하면서 과장된 그 가운데서 '귀여움'과 패션에서의 '멋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그런 이미지. 하라주쿠 패션의 유행이 일찍이 어렸을 적 그가 생각했던 '귀여움+멋짐'과 맞아떨어지고 그 가운데서 자신의 음악적인 'KAWAii[각주:18]'를 뽐낼 수 있는 사람. 그게 바로 다케무라 키리코(竹村桐子 ; 캐리파뮤파뮤)라는 모델이었던 것입니다.

 

 "항상 불안하지 않으신가요?"라는 물음에 "그 말이 아니고 '과연 이거 멋지지 않냐?'라고 묻는 거죠? 전 언제나 그렇습니다. 절반 절반. 불안감 반 자신감 반.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것이겠죠."

 

 어찌보면 괴짜같은 행동[각주:19]에 우리가 머리를 갸우뚱할 반응을 보일법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방송이기도 했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에 와서 그의 음악보다도 그가 가르쳐준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만 머무르지 말고, 남들도 같이 좋아할 수 있도록 해보라는 것. '공감'과 '소통'은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고 한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이 둘을 찾게 될 것이라는 점. 항상 불안한 것은 당연하지만 동시에 자신감도 키우다보면 세상을 살아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가만히 있지 마라는 점. 또 써보면 있겠지만 말이죠. 단순히 한 명의 작곡가만이 아닌 인생의 선배로서 가르침을 배울 수 있었던 내용이었습니다.   

 

 

 

 


 

  1. 나의 황금률 09.09.09 [본문으로]
  2. 이와 관련해서도 역시 검색해서 찾아보시는 걸 권장한다. [본문으로]
  3. E-TRIBE [본문으로]
  4. Perfume의 싱글만 봐도 그렇다. [본문으로]
  5. 앉아서 노래를 하면 힘이 빠지게 되어서 음과의 상성을 맞추기 쉽다고 하였다. - love the world 인터뷰 @ 메자마시TV 카시유카의 언급. [본문으로]
  6. Sound&Recording 2011년 4월호 - 나카타 야스타카의 새로운 개인 스튜디오 소개부분 참고하였음. [본문으로]
  7. 소프트웨어는 큐베이스5를, MAC OS가 아닌 윈도우7를 사용하며, CPU는 인텔 제온프로세서로 클록스피드는 3.33GHz짜리를 쓴다고 되어있다. 그외 상세한 사항은 나와있지 않다. [본문으로]
  8. 예전부터 GENELEC 8040A를 쓰고 있었는데, 바뀐 스튜디오에서도 이건 바뀌지 않았다. [본문으로]
  9. 그가 즐겨쓰는 헤드폰인 AKG社의 K701도 그대로있다. 예전에 소개한 GAKKEN SX-150도 그대로이다. 여러회사의 제품을 섞어서 같이 쓰는 것 같다. [본문으로]
  10. 원래는 1988년에 만들어진 건데, 우리나라에는 90년에 발매되었다. 차후에 북미판과 똑같은 외형으로 나왔는데 그게 집에 있던 녀석이었다. 역시 슈퍼겜보이하면 '소닉3'가 가장 기억에 남지 않나 싶다. 소닉3는 게임하는 것만봐도 정말 재밌었다. 엄청난 속도감에 멋진 배경음악, 그리고 나중에 발매된 확장팩인 '소닉&너클즈'까지 하면 방대한 스테이지까지 저기 미국의 열내시면서 게임하시는 분(AVGN)은 마리오와 캐슬베니아가 최고라고 하시지만 나에게는 소닉이었다. 여담이지만 닌텐도에서는 마리오보다는 로크맨(록맨)이 최고였다. [본문으로]
  11. 비디오 게임을 좋아한다고 했다. [본문으로]
  12. 처음에 이런 논의가 있던 적이 있다. [본문으로]
  13. [1] 아마도 Perfume의 초기 작사가인 '키노코(木の子)'도 약간은 이런 부분에서 마찰이 있었을 수도 있었겠다고 짐작해본다. 하지만 안티들의 악성댓글이 그녀가 작사를 그만두게 된 이유로 전해진다. [2] MEG의 경우에는 마찰이 있었다고 자신이 밝혔다. [3] 아~쨩의 경우도 VOICE녹음전에 가사를 쓰게 해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가볍게 묵살당했다. 그 후로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뉘앙스를 풍기긴 했으나 지금와서 봐도 여전히 작사는 그가 담당한다. [본문으로]
  14. 우리나라방송이었으면 아마도 취중방송이라고 논란이 될 수도 있었겠다. 대부분 말하는 걸 보면 약간 취기가 있는 상태이다. 방송끝무렵의 10번째 규칙을 말할 때는 얼굴에 취기가 확연하다. [본문으로]
  15. 우리나라에도 2009년에 온 적이 있긴 하다. [본문으로]
  16.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가면 '3곡째'에 질려버리고, 다른 DJ의 이벤트가 가서 "이거 좋네."라고 생각한 순간 작곡하고 싶어진다고 한다. - 방송 중 언급. [본문으로]
  17. 규칙의 10번째는 표면상으로는 위험한 생각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 보면 그렇지 않고 굉장히 바람직한 생각으로 작곡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문으로]
  18. KAWAii는 일본어의 '귀엽다'를 로마자로 옮겨쓴 것이지만, 이것은 원래 増田セバスチャン(마스다 세바스찬)이 널리 퍼뜨린 것으로 하나의 문화코드를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캐리파뮤파뮤는 미국에 가서 자신의 국가의 문화를 전파하는데 이 말을 쓰면서 '귀여움'과 '멋'을 갖고 있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 NHK WORLD 13.04.12 캐리파뮤파뮤의 2번째 앨범인 '뭐야컬렉션'의 인터뷰와 관련된 특집기사로 'KAWAii'에 대해 문화평론가가 설명한 글이 있는데, 그로테스크함속에 갖춰진 멋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 2번째 앨범 '뭐야컬렉션' 나탈리 인터뷰中 [본문으로]
  19. 굳이 실내에서 그것도 촬영의 시작인데 앞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면서 "오늘은 좀 그렇게 하고 싶네요."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방송중인데 "맥주가 최고야!"라면서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조금은 의아한 면이 없잖아 있다. [본문으로]

Perfume(퍼퓸). 그녀들을 찾게 된 이유

Perfume(퍼퓸). 그녀들을 찾게 된 이유

-예외가 가져다주는 충격. 그리고 새로운 감성에 빠져들다.-

 

 Perfume만큼은 외모때문에 좋아지는 아이돌그룹[각주:1]과는 달랐습니다. 근데 오키테 포르쉐씨의 글을 읽어보니까 '노래가 좋으면 덩달아서 그 그룹의 멤버들도 예뻐보이더라.'라는 문구가 봤었는데 지금은 공감[각주:2]이 되는군요. 카라의 경우에도 노래[각주:3]가 좋아서 좋아지게 된 그룹이긴 합니다만, 지금은 노래가 좋아서 좋다라기 보다는 그 외 부분때문에 작용하는 게 많을 거 같습니다. Perfume에 비하면 카라의 무명기간은 짧은 편입니다만, 나름 팬이 되는데 있어서 형성된 공감은 비슷했습니다.  

 Perfume을 알게된 것은 2004년. 引力(인력)을 어느 일본 홈페이지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기억 속에서 잊혀진 그녀들의 'ワンルーム・ディスコ(원룸디스코)'를 듣는 순간 모든 게 이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니, 이렇게 좋은 곡을 누가 만들었다지??'로 시작한 의문은 곧 中田ヤスタカ(나카타 야스타카)를 찾게 하였고, 그가 프로듀서라는 사실과 여러 곡을 만들었다는 것에 실로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나카타 야스타카가 음악프로듀서[각주:4]로 활동하는 것은 알았지만 정작 '누구의' 프로듀서인지는 몰랐었으니까요.[각주:5]

 일단 그녀들을 찾게 된 경위에 대해서 쓰자면 다른 이야기를 써야되겠군요. 대중음악에서도 저는 전자음악에 관심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처음 전자음악에 관심을 갖게 한 것은 BT(Brian Transeau)[각주:6]와 JS16(Jaakko Salovaara)이 아니었더라면 그렇지 못했을 것입니다. 가사가 없는 곡을 듣는다는 것은 클래식이 아니면 그런 게 있는 건지도 몰랐던 아주 어린 나이에 들었던 전자음악들은 기존에 접했던 대중음악과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점차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하면 정이 든다.'는 말이 있듯이 전자음악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서양의 것의 영향이 크므로 주로 그 쪽의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연관된 해외아티스트가 있으면 그들의 곡을 찾아 듣곤 했지요. 계속 새로운 아티스트의 곡들을 찾아 들어보고 듣다보니 전자음악의 장르에 관심이 가게 되었습니다.

 장르를 나눈다는 것은 제게 있어 이러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사람의 감성을 문자화한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서 나온 게 아닌가.'하는 생각말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 인간의 본성은 복잡하고 추상적인 것을 단순화하고 질서화시키려고 하고, 구체화시키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계속 생겨나는 학문의 학설들은 이러한 복잡한 것을 재질서화시키려는 작업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연구하시는 학자분들께는 실례가 되는 문구이겠군요. 하지만 학문을 떠나서 인간의 본능이라는 취지에서 접근해주신다면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다시 넘어가서 전자음악의 장르들을 알려고 하면 할 수록 이게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표현은 다양한데 이것을 획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느껴서일 겁니다. 특히 전자음악의 경우가 그런 것이 심하고 표현자가 나타내려는 감성을 문자화하기에는 뭔가 혼합된 게 많습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는 이가 이렇게 깨닫는 데 실제로 그것을 다루는 이들은 이미 깨달았을 겁니다. 그래서 요즘에 음악의 장르를 나타내는 문구들이 단순명료한 것일 겁니다. 일렉트로니카라고 쓰면 그것이 옳은 표현은 아니지만, 그렇게 쓰는 것은 단순히 귀찮아서 일 수도 있으나 묵시적으로 그러한 방향으로 사용하게끔 음악을 다루는 사람들이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각주:7]  

 Perfume을 두고 이 글을 쓰고 있으니 capsule(캡슐)을 쓰고 이어가겠습니다. capsule15(캡슐)을 알게 된 건 가냘픈 목소리의 EeL가 피쳐링한 プラスチックガール(플라스틱 걸 ; plastic girl)때문이었습니다. 통통튀고 발랄한 음색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당시 capsule의 곡들을 지금와서 보면 지금은 사어(死語)에 불과하지만 한때 쓰였던 용어였던 시부야-케이가 생각납니다. 오래 전부터 유럽을 동경하던 그들은 음악에서도 동경심을 드러내고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웠던 90년대'에 문화는 오히려 융성하여 하나의 스타일로서 음악장르에까지 이름을 올렸던 그 단어말입니다. 그런 유럽을 동경하는 마음이 드러난 음악적 스타일을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없이 '피치카토 파이브(Pizzicato Five)'를 말할겁니다. 그 피치카토 파이브와 초기 캡슐의 모습은 너무도 흡사합니다. 특히 1996년에 발매한 Baby portable rock를 보고서 L.D.K이전의 capsule을 보자면 코시지마의 복장과 헤어스타일, 컨셉까지 너무도 흡사합니다. 그 때의 나카타 야스타카(中田ヤスタカ)라면 Perfume의 引力과 같은 곡을 만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귀엽고 발랄한 멜로디와 가사는 '이건 아이돌 팝이다.'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하였으니 말이지요. 그러나 아이돌팝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색깔이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여기서 다루지 않을 겁니다. 차후에 나카타 야스타카에 관한 포스팅을 이어갈 때 기회가 된다면 쓰도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저는 이후 밝은 장르의 곡들을 선호하다가 점차 강렬하고 어두운 장르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긴 곡을 지루해하지 않고 듣기를 좋아하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6분이상 되는 곡을 듣는다는 게 좀 그랬습니다. 두서없이 같은 리듬과 멜로디가 반복되는 게 그리 좋지만은 않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그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걸 도대체 왜 듣나?'라는 생각이 들어 음악을 꺼버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조건은 마음에 들지 않은 곡에 한정되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좋은 곡이라면 길이는 상관없다는 것이지요. 굳이 전자음악이 아니어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2009년 2월. 어느날 가수의 CM이라기보다는 3개의 방이 나오며 빨간색, 하얀색, 파란색으로 빛나는 것과 그 CM의 음악을 듣게 됩니다. 다름아닌 Perfume의 ワンルーム・ディスコ(원룸디스코)의 CM이었지요. 그리고 그 음악을 듣게 되었습니다. 놀람을 금치 못했던 것은 잠깐의 CM에서 들리는 그 음악이 마음에 들어 찾고 싶어졌다는 것이고, capsule(캡슐)의 나카타 야스타카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나카타 야스타카가 MORE!MORE!MORE!을 발매했을 때 들었던 그 음악의 스타일, 그리고 그가 재해석한 곡들을 들으면 마치 원곡의 색깔은 없어지고 나카타만의 색깔이 있는 새로운 곡이라 생각되는 특징이 있어서 ワンルーム・ディスコ(원룸디스코)를 듣고 그러한 추측을 해보았는데 그게 나카타 야스타카가 사운드 프로듀서이지만 Perfume이라는 세 명의 여성으로 이루어진 테크노팝 유닛의 사운드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그녀들이 불렀던 引力(인력)과 ワンルーム・ディスコ(원룸디스코)는 완전히 다른 색깔의 곡이었고, 완벽히 변신하여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Perfume을 보니까 '이 그룹의 곡이야 말로 정말 듣고 싶었던 곡이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리고 수소문하여 구한 Perfume의 다른 곡들 또한 전~~혀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Perfume의 곡들은 곡 하나 하나 모두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왔고, 어지간해서는 질리지 않습니다. 특히나 Perfume은 오토튠으로 보컬을 손을 대서 무대영상을 보면 거의 립싱크[각주:8]로 합니다. 이 점에 있어 Perfume의 곡은 노래가 아니라 음악 자체로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나카타 야스타카의 음악철학과 일맥상통하며, 일맥상통한다는 의미를 깨닫고서 접한 Perfume의 곡들은 제게 있어서 '왜 이제서야 우리들의 곡을 들어주었나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지요. 그래서 Perfume에 대한 정보를 얻기 시작했고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각주:9]

 전자음악을 선호했던 저에게 있어 Perfume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이러한 곡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이 미안하지만 부러웠습니다. '왜 우리나라는 이런 가수가 없는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나라 음악의 현재를 바라보니 조금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Perfume은 실로 '원칙이 있으면 예외가 있다.'는 것의 전형입니다. 예외라는 말이 우리를 아주 성가시게 굴지만, 예외가 있어 우리는 자극을 받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일본의 대중가요에 있어서 Perfume의 등장은 '예외가 가져다주는 충격'에 해당하는 것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그 예외는 하나의 원칙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 동안에 저는 누군가 '너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느냐?'라고 물어보면 선뜻 대답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렇지만 Perfume을 알게 되고 난 후에는 자신있게 'Perfume의 음악을 좋아한다.'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그 질문에 대답한 저는 질문자가 Perfume의 존재에 의문을 가지게 하고, 결국에는 Perfume의 팬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괜히 'ワンルーム・ディスコ(원룸디스코)'를 듣고서 감탄한 제가 그녀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고 하였는지, 정말이지 Perfume이라는 그룹으로 인해 새로운 감성을 경험하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 고맙게 여기고 있습니다.


  1. 1.Perfume을 아이돌그룹이냐라고 묻는다면 처음에는 그랬었다고 해야겠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들은 80~90년대 아이돌의 전형(본래의 아이돌)을 재생시켜주고 있다. [본문으로]
  2. 그녀들의 외모가 점점 빼어나게 되는 것은 그간의 노력이 쌓인 결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고 본다. [본문으로]
  3. 이들의 노래가 좋다고 생각한 것은 아마도 1집의 곡들의 영향이 컸다. [본문으로]
  4. 6.사실 음악프로듀서라고는 하지만 Perfume이 대히트를 하지 않았었다면 계속 모르고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가 capsule이기보다는 리믹서이자 DJ로서 활동한다는 것에 주안을 두고 있었다. [본문으로]
  5. capsule의 곡들은 L.D.K와 함께 일렉트로노선으로 전향하면서 처음 듣는 이들에게는 조금은 거부반응을 일으킬만한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본문으로]
  6. Flaming June. 기억 속에 담고 있던 멜로디는 잊혀지지 않고 전자음악에 대한 관심을 가져다 주었다. [본문으로]
  7. 일렉트로니카라고 하는 것은 90년대 북미에서 나온 팝과 그 흐름을 지칭하는 것이지 사실 장르명이 아니다. 하지만 언론에서 이를 장르로 사용하는 것처럼 써버리는 바람에 그것이 이렇게 된 것이다. 아마도 마돈나의 인터뷰가 그렇게 된 원인이라고 본다. [본문으로]
  8.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Perfume이라서 강조한 것은 아니다. 그녀들이 무대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가창이 아니라 퍼포먼스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허나 나카타 야스타카는 그녀들에게 테크노팝에 어울리도록 발성법을 알려주고 음악을 만들었을 뿐이며, 무대 위에서 립싱크로 진행을 하게 된 것은 나카타 프로듀서때문이 아니라 안무와 함께 무대연출을 담당하는 미키코선생이 지시한 것이다. 퍼포먼스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앞서 썼으니 이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본문으로]
  9. 웬만하면 그녀들의 인터뷰, 나카타 야스타카와 그녀들에 관계된 서적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녀들을 제외한 부분에서 언급된 나카타 야스타카의 정보에서도 얻을 수 있는 게 없는가 살펴보았다. 음반과 공연DVD을 모두 구매하게 되었고, 도쿠마재팬이라는 엔카만을 발매하던 음반회사에 갑자기 튀어나온 테크노팝 그룹에 대한 궁금증은 이건 단순한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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