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사건에 대한 단상 - 역시 증거가 문제입니다.

김길태 사건에 대한 단상 - 역시 증거가 문제입니다.


 얼마 전에 단순 가출로 생각되었던 이 양이 싸늘한 주검으로 물탱크 속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 등 청소년을 수식하는 단어는 많이 있습니다만, 단순 가출이었다면 '네 이 녀석! 다음부터는 그러지마라.'라면서 끝났을 이야기가 되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형법 제32장 강간과 추행의 죄에 있는 형법 제305조는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에 관한 것입니다. 청소년의 성(性)은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한다는 이념을 가지고 있는 법조항이라고 할 수 있어요. 또한, 특별법인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로 그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피의자인 김길태씨에 대해 분노를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그러한 짓을 할 수 있느냐'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인 반인륜적인 행위에 관한 것과 법이념으로 해석해 볼 수 있는 국가에 대한 요구. 다시 말해 '국가는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에 대해 너무 미미한 대응을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비난으로 비춰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김길태씨가 직접적으로 살인을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직은 그에게 돌을 던지더라도 더 던질 수 있는 돌이 남아있을지 안 남아있을지 모르는 것입니다.

 이 양의 몸에서 나온 DNA와 김길태씨의 DNA가 일치한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으로 일단 검찰은 김길태씨가 성폭력을 했을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으나, 그녀가 왜 죽었는지에 관해서는 확실하게 답을 못 세우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이 특종감인 흉악범기사와 뉴스를 매 시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아직 피의자인 김길태씨가 강간살인 또는 강간치사에 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있기에 정확한 사실관계는 알 수 없는데도 마치 그것이 확정된 것처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간에 피의자가 살아왔던 환경, 성격, 태도에 대해 여과없이 시청자에게 내보고 있습니다. 강간살인 또는 강간치사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이전에는 그는 아직까지 '무죄'입니다. 과도한 개인신상에 관한 보도는 자제할 필요가 없잖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백을 유도하는 과정에서도 마치 무조건 피의자이니까 다 말해야 한다는 식의 보도내용도 있는데, 그건 문제가 있습니다. 몇번이고 경찰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권리이기도 합니다.

 수사과정에서 프로파일러를 투입하고, 유력한 피의자임에도 식사를 챙겨주고 잠을 재우는 등 배려를 하는 모습을 보도하는 것을 보니, 영화에서나 보던 과거 우리나라의 무식한 수사방식을 벗어나서 이제는 그 과정이 민주화, 준법화된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은 있습니다. 교통경찰이 앞에서 손짓과 함께 '이쪽으로 차를 세우세요.'라고 할 때도 자기도 모르게 두려움이 나오는 게 사람마음인데,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을 받는 사람의 입장은 오죽하겠습니까. 공권력에 두려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습니다.

 직접적으로 살인 또는 치사와 관련된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검찰이 애를 먹고 있습니다. 공판은 검사와 피의자의 증거를 놓고 말싸움을 하는 것입니다. 검사가 유리한 입장을 가지려면, 범죄와 관련된 증거를 많이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검사가 증거를 제시하면, 판사가 이를 참고하여 피고의 죄를 판단할 것이고, 그 많은 증거중에서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증거에 사면초가가 된 피고가 '제가 했습니다.'라고 범죄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예전과 달리 조서는 재판에서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증거가 최우선입니다.  

 살인 또는 과실치사에 관계된 결정적이고 직접적인 증거를 찾는다면, 이 사건은 순식간에 해결이 될 것입니다. 아마도 피의자 김길태씨는 복역한 기간이 꽤 되는데다가, 재판경험도 있어서 살인 또는 치사와 관련된 범행의 증거에 대해 검찰이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말하지 않는 거 같습니다. 단순하게는 극형에 대한 두려움 아니면 경찰관이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해서 일지도 모르겠고 말입니다. 

 이 사건으로 국회에서는 전자팔찌 소급적용에 관해서 논해지고 있고, 그와 관련된 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에게는 한가지 부담이 생겼을 수도 있겠습니다. 또, 경찰의 신속하지 못한 태도에 대해 지적이 있는 마당에 재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하겠군요. 회사내에서도 캠페인있지않습니까? 이런 캠페인으로 기관내에서 강조를 할 것이고, 경찰관의 근무태도에 대한 평가지침이 강화되는 등 그렇겠군요.

 그런데 이번 김길태씨의 얼굴이 바로 공개된 것은, 예전의 흉악범들에게 마스크를 씌운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도 '범인이 잡혀서 다행이다.'라고 하였으니, '무죄추정원칙을 정말 모르고 그런 발언을 한 것일까...'는 생각과 함께 '굳이 바로 얼굴을 공개하여야 했을까...'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나저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나라안이 시끄럽고, 많은 여성분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불안을 해소키위해 경찰력을 강화해야한다고도 하는 분들이 계실 것인데,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이것을 치안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경찰력을 이용하게 되지나 않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괜한 노파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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