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감성을 알리는 실험 CAPSULE의 CAPS LOCK

 

 

새로운 감성을 알리는 실험 CAPSULE의 CAPS LOCK

CAPSULE 14번째 앨범 CAPS LOCK

 

 

 지난 앨범이었던 Rewind BEST. 총 2장으로 이루어진 앨범의 구성은 신곡(新曲)이 아닌 구곡들의 집합으로 그 원소들은 2012년 STEREO WORXXX까지의 것들이었습니다. 이전 레이블이었던 YAMAHA MUSIC과의 판권계약의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급하게 짜여진 이 앨범은 표지나 그 구성의 디자인까지 보면, 더욱이 기존의 나카타 야스타카(中田ヤスタカ)가 자신의 음악을 모든 것에 걸쳐서 맡는다는 것을 아는 입장이라면 크게 실망하였을 그러한 것이었습니다. 예정된 공식홈페이지의 개편기한이 지났음에도 변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뭔가 안정되지 않은 것 같다.'는 불안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 불안감은 새로운 도안(?)이 나오면서 가라앉게 됩니다.

 

 새로운 레이블로의 이적과 동시에 '신곡이 담긴 앨범'을 발매한다는 소식은 과연 이번에 그의 요새에서는 어떤 음악이 나오게 될까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기존의 소문자였던 capsule을 대문자인 CAPSULE로 바꾸고, 앨범명도 CAPS LOCK. 검은색바탕을 즐겨썼던 것에서 반대색인 하얀색. 모든 것이 180도 바꾸어진 느낌이 있어 이제까지 일렉트로노선을 지향했던 것을 라운지팝으로 재지향하겠다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첫 곡을 듣자마자 '180도'는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카타는 "제가 노래를 내놓으면 '이거 이대로 발매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하곤 했습니다. 그 때마다 거의 '안돼!'라고 대답을 들었던 것 같은데요."라 이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안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일본인의 선천적인 정신세계를 바꾸고자 다짐한 그는 전자음악을 손대게 된 후로 많은 이들이 CAPSULE에만 국한되지 않는 그의 음악을 알아주고 들어주게 되면서, 말로만 되뇌었던 '저는 음악을 만드는 이 직업이 좋습니다.'라는 것을 아무 방해요소없이 선보이게 된 앨범이 바로 CAPS LOCK이란 것이지요. 나카타 야스타카(中田ヤスタカ)가 현재가지고 있는 일본 국내의 작곡가로서의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이번 앨범은 CAPS LOCK이라는 제목에서 그러하듯 그냥 보면 '이게 도대체 무슨 음악일까?'싶습니다. 나카타 야스타카가 앨범 자켓에서 손가락에 키보드단추를 붙이고 나와서는 있다지만 앨범 수록곡도 그러하고 쉽사리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이해를 한다는 건 무언가 비슷한 것을 들어서 비유해보면 그것이 쉬울테지만 9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시부야의 음악과 비슷하다고 하기에도 오히려 시부야쪽이 더 멜로디가 많으며 이미 사어(死語)에 불과한 그 단어를 꺼내어 비교하는 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처음 듣고는 '와, 이거 좋다.'라는 반응보다는 '이게 뭐지?'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 앨범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싶지만 어려운 것은 기본적인 것에서 답을 찾는 것이 쉽겠지요.

 

 1960~70년대 시작된 예술 사조로서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있습니다. 불필요한 것을 없애고 사물의 본질만 보여준다는 "Less is More."라는 표현으로 정리가 되는 중학교 미술시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무언가를 더해서 꾸미기보다는 어느 선에서 그만 하고, 어디서 좀 더 덜어낼 건 없는지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꾸 뺀다고 보니까 빼는 것에만 집중되어 제일 간단한 말인 '심플함(simple)'으로 정리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오해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는 건 앞으로 써내려가는 내용과는 멀어지니 이쯤에서 그만하도록 합시다.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고 본질만을 나타내는 것에 이르게되면 진정한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되어 그것을 찾는 과정이 미니멀리즘의 기초라 한다면 이러한 질문과는 다르게 '이러한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을 재료(A)로 쓰이게 되어 만들어진 음악(B)은 과연 얼마나 멋질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앨범은 팔기 위해서 만든 음악으로 이루어진 앨범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앨범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건 그가 현재 가지고 있는 위치때문입니다. 수많은 가수들의 음악을 만들고 재해석하는 위치이지만 자기의 원래위치를, 그것을 기초로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와 그의 프로듀스를 받은 가수들의 음악성이 일치하게 된다는 것은 그의 음악을 들어본다면 쉽사리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가장 기초가 되는 자기의 원래위치인 CAPSULE의 음악은 어떤 것이 좋은 것인가 했을 때, 물론 다른 의미의 좋은 음악도 많지만 재료(材料)를 표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인 CAPS LOCK은 같은 음이 반복되고 일관되어 있는 박자로 이루어진 구절이 반복되는 곡들이 주가 되는 것인데, CAPS LOCK의 음악들은 재료일뿐이지 아직 완성품이 아니란 것입니다. 중요한 건 이 곡들의 박자, 짧게 짧게 들려오는 멜로디의 구성들을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나오는 CAPSULE앨범이나 그가 프로듀스하는 가수들의 음악에게서 그 관계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앨범은 새로운 감성을 알리는 실험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