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ume(퍼퓸)과 BRAVE NEW WORLD

Perfume(퍼퓸)과 BRAVE NEW WORLD

 

 디스토피아(Dystopia). 유토피아와 반대되는 가상사회를 지칭하는 단어이지요. 이런 단어가 낭만적인 철학자였던 밀(Mill)에게서 처음 나온 것을 보면, 이성을 다루는 학자로서 극단을 생각한다는 게 굳이 이성적인 부분에서만 나온 것은 아닌 듯 한 것 같습니다.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가 1932년에 쓴 이 공상과학소설 또한 디스토피아를 다루었습니다. 문명세계라고 불리우는 그 사회는 질병도 전쟁도 가난도 없어서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미래의 사회를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행복하다는 사회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게 정말 행복한 사회인걸까?'라는 생각이 들죠. 아무튼 소설에서 야만인으로 등장하고 설정된 존은 이러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자살하게 된다는 비극적인 결말로 마무리가 됩니다. 이 소설이라면 문명비판의 소설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겠고, 헉슬리가 그려낸 미래사회가 지금의 우리와 비교하여보면 우리도 미래사회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되지요. 게다가 공상과학소설에서 부족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묘사력이, 이 멋진신세계에서만은 독자로 하여금 '상상력이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아직 안 읽어보셨다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Perfume(퍼퓸)의 セラミックガール에 나오는 가사인 It's BRAVE NEW WORLD가 있지요. 그 세계에 살고있는 소녀는, 정말 세라믹 소녀는 인공의 소녀에 불과한 것일까요? 계속해봅시다. 다정하고 어여쁜 말로 살아가고있는 그 소녀는 '멋진 신세계'에서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지요. 자신에게 누군가가 생각난 '인공의 꿈(사랑)'에 위화감을 알아차린 그녀. 하지만 그걸 '인공의 꿈'이라고 치부해버리는 세계. 그녀는 멋진 신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생각은 이미 '야만인'[각주:1]이었던거지요. 마치 등장인물인 '마르크스'와도 같습니다. 이런 세계에서 살고 있는 그녀는 행복하지는 않겠죠. 사랑을 알아버린, 그것을 갈구하는 것에는 신세계에서 모두가 행복한데 자신만 불행하게 되는 불평등함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불행해질 권리를 선택하고 있지요.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라는 어구가 생각나는군요. 아무튼 그녀는 인공의 소녀가 아닌 본질적으로 자연의 소녀이란 것입니다. 왜 하필 많고많은 소녀중에서 '세라믹'이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는데요. 세라믹이 정말 신기한 게 천연의 재료로 만들어진, 순수하게 자연의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면서도 '인공(人工)'의 특성을 제대로 표현해낼 수 있는 재료입니다. 근본은 자연인데, 인공이라는 것은 '돌아가려면 자연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 점에서 제목에 '세라믹(セラミック)'을 선택하게 되지 않았는가[각주:2] 생각합니다.  

 이런 공상과학소설에 나올법한 세계관을 이 セラミックガール에서는 그려내었습니다. 극단적인 공상과학으로 빠져버리는 초기 근미래테크노 3부작[각주:3]과는 달리 이러한 부분을 컨셉으로 잡지는 않아도 가사에서 그 의미를 유추해낼 수 있다는 점이 이 곡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Say love me girl'이라 나오는 가사도 오토튠으로 처리되어서인지 'セラミックガール'와 비슷하게 들리는 것도 '이야~ 가사선택을 참 잘했네.'라고 감탄했지요. 거기다가 곡이 3분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나오는 루핑부분 또한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Perfume(퍼퓸)과 공상과학. 일찍이 아가씨들을 아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제는 새로운 컨셉을 필요로 해야할 시기가 아니냐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전에도 밝혔듯이 그녀들에게 변화란 필요가 없으므로 이 컨셉은 계속 갖고가야 할 것이에요. 이러한 점을 이미 해외에서는 그녀들을 주목해야할 이유로 알렸지요. 이 기사에서는 아가씨들의 음악을 2012년 최고의 음악으로 선정하였습니다.(英)
 
 PSY의 강남스타일의 엄청난 인기에 덩달아 세계의 이목은 K-POP에 주목을 하게됩니다. 하지만 좀 더 동쪽으로 가면 일본 대중음악의 매혹적인 영역. J-POP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고 하죠. 그러면서 Perfume(퍼퓸)은 그래픽 아트, 3D기술, 인터액티브 기술을 접목하여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이 그리는, 그리고 꿈꾸었던 기술주도의 팝 그룹으로 발전하였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합시다. PSY(싸이)의 이러한 엄청난 인기의 행보에 "우리 K-POP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게 되었다."라고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자랑스럽게 홍보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이것도 들여다보면 '여기와 저기는 다른 구석'이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언론에서는 PSY의 강남스타일에 대해서 '아저씨의 재밌는 댄스뮤직'이라고 하고 있지, 거기에다가 한국음악의 우수성이네 한국인이 원래부터 음악을 사랑하는 민족이었다네 등 그런건 애초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K-POP이라고 하면 거의 다 '잘생긴 마초남과 모델급 미녀들이 그룹이 되어 EDM을 한다.'는 이미지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물론 엄청 아니꼽게 썼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열도에서도 이러한 '이미지만들기로 승부한다.'는 식이지만, PSY의 등장은 '진땀나는' 광경이죠. 게다가 K-POP매출의 4분지3이 일본이라는 점. 앞서 쓴 아니꼬운 문구가 아직도 걸리적거리시다면 별 수 없겠습니다만, 아무튼 PSY는 통상적인 행보와는 다르다는 것7이고 K-POP이 우수하다느니 하는 건 좀 그렇다는 것이죠. 막말로 일본에 사는 일본인인 카라의 팬[각주:4]이 싸이의 음악을 좋아해서 음반을 사게되는 건 아니잖아요? 다시 넘어옵시다.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이 나왔습니다. 그는 최근에 정치인이 된 안철수씨의 인용구로 언급이 된 적이 있었죠.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미래에 대한 모든 것을 압축한 듯한 말이네요. 아무튼 그가 이 기사에서 언급이 된 것은 Perfume(퍼퓸)의 공연과도 관련이 엄청나게 있습니다. 

 윌리엄 깁슨의 소설도 발달된 기술의 병폐, 부조리, 계급 갈등을 다루고 있어서 앞서 소개한 '멋진 신세계'와도 비슷한 부분이 많죠. 이 사이버펑크(CyberPunk)라는 장르로 지칭되는 그의 소설 또한 디스토피아(Dystopia)을 다루고 있습니다. 1984년에 쓰여진 윌리엄 깁슨의 SF소설. 아이도루(IDORU). 제목을 보고서 '설마 Idol을 일본발음으로 읽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셨다면 정답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홀로그램에 그려지고, 합성 음성으로 노래하면서 인공지능을 가진 가상의 아이돌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쓰고보니까 그 때는 그려진 것이지만 지금은 실제로 있죠. 홀로그램으로 그려진 것은 아니지만 합성 음성으로 부르는 가수가 우리나라에서는 '사이버가수 아담[각주:5]'이 있었고... 옆 나라에서는 실제로 홀로그램으로 그려지고 공연도 하는 '하츠네 미쿠(初音ミク)'가 있죠. 이 아이도루에서는 1984년에서 꽤 가까운 미래(?)를 그렸습니다만, 실제로 그가 묘사했던 가수들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깁슨이 그런 가수가 나타난다는 곳을 일본이라고 하였는데 적중했죠. 


 아무튼 이전보다도 훨씬 진보된 기술로 공연을 하는 아가씨들의 모습을 보고, 해외에서는 윌리엄 깁슨이 생각하는 세계를 구현하는 그룹으로 평가를 받고있다는 건 매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기사에서도 효케츠 섬머 나이트의 영상을 투고하였다는 것은 '우리 이거에 지금 뿅갔으니까 제발 이걸로 계속 해줘.'라고 하는 것 같네요.    Perfume의 공연에 공상과학적인 요소가 도입이 시작된 것은 오래 전이었지만, 그 정도가 가속화된 건 마나베 다이토(真鍋大度)를 기용하면서부터였지요. 여기에 비해 최근의 나카타 야스타카의 사운드는 그런 요소를 표현하지 않습니다. 앞서 セラミックガール을 언급한 건 다른 게 아니라 근미래테크노팝에 극단적이지는 않아도, 어느정도의 표현을 하는 곡으로서 이 곡이 알맞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그녀들을 주목하는 공상과학적인 요소가 지금에 와서 주목을 받는 건 어찌보면 곡의 성향변화에 맞춰서는 역행하는 것이라고 보여집니다만, 그의 사운드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공상과학적인 요소가 표현되는 것을 보면서 조금은 아쉬운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그런데 다음에 나올 곡인 '미래의 박물관(未来のミュージアム)'은 미래의 그것을 그려내려고 하는 것 같네요. 하지만 기존의 성향과는 다르다는 게 제목으로도 느껴집니다. 통상적으로 미래의 박물관에서 디스토피아적인 요소를 이끌어낼 수 있겠습니까? 조금... 아니 많이 힘들지요. 거기다가 만화영화의 주제가입니다. 어린이들에게 '미래는 참 X같다.'라고 선전하는 노래를 내놓는 것도 무리가 있죠. 아무튼 이제 그가 프로듀싱할 Perfume의 음악의 성향이 예전과는 달라졌습니다만, セラミックガール처럼 이따금씩 공상과학의 세계관을 꺼내어볼 수 있는 곡이 나온다면 전 언제라도 환영할 것 같습니다.



  1. 소설에 나오는 '존'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마르크스의 꿈이 현실인 존을 마르크스는 자신의 꿈의 투영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본문으로]
  2. 멋진데요. 나카타씨?? [본문으로]
  3. 메이저데뷔이후 싱글 3개를 가리키는 단어. [본문으로]
  4. 대다수의 K-POP의 매출이 일본이라는 점. 그리고 K-POP이라고 팔리고 있는 게 대부분 아니 거의 다 한국의 아이돌그룹의 것들이라는 점이다. [본문으로]
  5.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한두번 입벌리는 데에만도 엄청난 돈이 들었다고 하니... 바이러스라는 말도 있지만 자금상의 문제로 없어진 게 아닌가 싶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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