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ume(퍼퓸)과 현명한 세 마리의 원숭이

 

Perfume(퍼퓸)과 현명한 세 마리의 원숭이


 

아가씨들의 세번째 투어 영상이 공개되고, 그 공연에서 선보였던 JPN Special을 봤을 때 저는 왠지모를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들의 연출에 '무언가' 담겨있다고 말이죠. 그저 의미없는, 이걸 보고 즐기라고만 하기에는 아무래도 의미가 담겨있을 것 같은 그런 게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었습니다. 잠깐동안 시간을 내어보면서 제가 아가씨들에 대한 생각을 하나씩 정리해보았습니다. 말하자면 이 글이 쓰이게 된 건 Perfume(퍼퓸)의 그 동작과 8월 15일에 발매한 Spending all my time의 안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란 것입니다.  
 

 고등학생때 일본어시간에 일본의 관광지로 유명한 닛코(日光)을 들은 적이 있었죠. 당시 일본어선생님께서는 나중에 일본에 가게 된다면 '꼭 한번은 들려보아야 할 그런 곳'이라고 설명하시면서 아주 좋은 곳이라고 했었는데, 그 곳에는 아주 유명한 나무조각상인 산자루(三猿)가 있다고 했었죠. '산자루'는 그냥 보면 원숭이 조각상에 불과하지만 그 원숭이들이 담고 있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보지 않고, 듣지않고, 말하지 않는다.'는 뜻인데요. 그 앞에 붙은 목적어가 바로 '악(惡)'입니다. 다시 말해서, '악을 보지않고, 듣지않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일본의 동물인 '원숭이'가 떠오르는 건 그 전에 생각이 났었습니다.

 

 공자(孔子)가 이르길,  '예의가 아니면 보지 말며, 예의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의가 아니면 말하지 말며, 예의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아라. (非禮勿視(비례물시) 非禮勿聽(비례물청) 非禮勿言(비례물언) 非禮勿動(비례물동))'고 했습니다. 대한민국과 중국, 일본에 이르는 동북아시아의 세 나라에 영향을 끼친 사상가 말한 것이니 이것은 어찌보면 세 마리의 원숭이를 낳게 한 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 마리의 원숭이는 마지막 사자성어를 제외한 3개의 것을 따라하고 있죠. 아무튼 저 위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우리는 때때로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우리는 나쁜 것을 보지않으려는 본능(눈을 가림), 나쁜 것을 듣지 않으려는 본능(귀를 막음), 나쁜 것을 말했을 때나 그런 말을 하지 않으려는 본능(입을 막음). 이렇게 세 가지의 본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몸짓의 언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찌보면 공자는 우리의 본능을 알고서 그것을 말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에요. 공자는 우리가 나쁜 것을 배제하려는 습성을 기초로 사상을 펼친 것이니까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한 사람답군요.

 

 그러니까 제가 아가씨들의 안무연출을 보고서 느낀 건 처음에 이러한 것이었습니다. 'Perfume이 아니면 보지말고, 듣지 말고, 말하지 마라.' 하지만 곧 이 생각에는 뭔가 잘못된 것이 있었죠. '너무 오만하다.'라는 생각과 함께 '사대주의'적인 생각이라는 것이었어요. '내가 과연 이걸 보고서 그렇게까지 생각했을까?? 너무 나간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이렇게 마무리하기에는 제가 아가씨들을 바라보았던, 그리고 그녀들이 보여주는 겸손함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죠.

 

 '당신은 왜 Perfume의 공연을 좋아하십니까??' 몇 분도 채 안되어 본질적으로 생각해보았습니다. '듣고, 보고, 말한다.'는 건 인간의 표현과 관련된 것이죠. 그리고 그건 아가씨들의 공연을 감상하는 데에도 필요한 요소이고요. 다음으로 다시 한번 영상에 주목해봤습니다. 차례대로 등장한 이들의 얼굴을 보면 캇시는 입을 막았고, 아~쨩은 눈을 막았고, 놋치는 귀를 막았다는 것에 굳이 '공자'까지 거론하면서 생각할 필요는 없었어요. 영상 그 자체에서 보여주는 그것만으로 생각을 해보았죠. 눈을 모조리 막은 것도 아니고, 귀도 그렇고, 입은 막았다는 것에 새로운 접근을 해보았습니다.

 

 '왜 한 쪽 눈만 가리고, 왜 한 쪽 귀만 막고, 입은 다 막았는가??' 공연을 즐기는데에 우리는 두 눈을 뜬 채로, 두 귀를 연 채로, 입은 막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보통 그렇죠. 연출을 보고, 음악을 듣고, 그 두 감각을 느낀 것을 표출한다는 것. Perfume에 적용해봅시다. 나카타P의 음악, 미키코선생의 안무, 마나베 다이토의 시각예술. 그리고 그것들을 즐기는 팬들의 모습... 생각이 점점 결론을 향해 갑니다.

 

 Perfume의 JPN Special에 나온 저 영상의 의미는 두 눈과 두 귀, 입이 있던 당신이 그녀들의 공연을 보게되면서 화려함에 의해 한 쪽의 눈이 멀게 되고, 그녀들의 음악에 한 쪽의 귀가 멀게 되고, 그 향연에 입(표현)을 열지 못하게 된다(막게 된다.)는 그런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정상과 비정상의 혼재가 중요하다고 하고 싶군요. 써놓고보니 표현이 애매하기도 하고 무시무시하기도 하지만, 아가씨들의 공연을 보면서 그렇게 된다는 메시지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니까 아니면 말고요.

 

 Spending all my time을 보면, JPN Special에 나왔던 그 모습이 나옵니다. 세 마리의 원숭이를 모방함으로써 그녀들의 공연을 보고 '본질'에 관한 메시지를 생각해본다면 아마도 세계진출과 관련하여 Perfume(퍼퓸)이 일본의 대표가수라는 것을 표현하려는 미키코선생의 의도도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까지 쓰면서 보니까 Perfume(퍼퓸)이 보통의 그룹과 비교되어 그 우위에서 평가를 받는지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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